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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8 정책 이름에 영어 범벅…정부가 ‘한글파괴’ 앞장 by 아르다

ㆍ지자체 등 상징·구호에 국적불명 조어 남용
ㆍ북핵 해법 관련 ‘원 샷 딜’ 용어 버젓이 사용


우리말과 글을 보존·발전시켜야 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국어 파괴’에 나서고 있다. 정부 기관과 지자체의 상징이나 구호, 정책 이름, 공문 등에 영어가 남용되고 영어와 한글을 뒤섞은 국적 불명의 조어(造語)가 넘쳐나고 있다.

한글학회 한글사랑지원단은 지난 9월 한 달간 전국 16개 시·도와 17개 정부부처 및 산하공공기관들이 운영 중인 누리집(인터넷 홈페이지)의 우리말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한민국 지자체가 영어범벅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밝혔다. 한글사랑지원단은 “16개 시·도에서 영어로 된 구호를 알파벳으로 내세우는 모습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면서 “인천(Fly Incheon), 대전(It’s Daejeon), 울산(ULSAN for you)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영어 이름만 표기돼 있고 한글 이름은 아예 옆에 쓰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울산은 대표적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으로, 울산 중구는 외솔의 생가터를 복원하고 기념관까지 세웠다.

한글사랑지원단은 또 “정부 기관과 지자체에서는 상징얼굴(상징말)을 가리키는 말로 ‘MI’ ‘CI’ ‘BI’ ‘심벌/심볼/심벌마크/심볼마크’ ‘캐릭터/마스코트/캐리커처’ 등 아무렇게나 뒤섞어 쓰고 있다”면서 “교육과학기술부는 ‘ㄱ’ 셋을 붙인 상징을 만들었지만 이를 가리킬 때에는 ‘MI’와 ‘Symbol Mark’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이름에도 알파벳을 고스란히 드러내거나 영어를 붙이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4대강 살리기’ 정책을 알리는 4대강 캐릭터를 ‘에코 프렌즈’로 이름붙였다.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그야말로 ‘영어 르네상스’다. 이 사업에 따르면 한강변을 따라 ‘반포 컬처 랜드’ ‘금호나들목 빌리지 커뮤니티 플라자’ ‘윈드 앤 바이시클 플라자’ ‘요트 마리나’ ‘어반 테라스’ 등이 조성된다.

현 정부가 과도한 영어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북핵 해법과 관련해 ‘그랜드 바겐’ ‘원샷 딜’ 등의 용어를 남발했다. 국어기본법 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의도 한글학회 이사(춘천교대 교수)는 “내용보다는 이름만 그럴듯하게 붙이면 된다는 생각이 문제”라며 “새 말을 자꾸 외국어로만 만들다보면 우리말 조어능력이 퇴화해 우리말의 발전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Posted by 아르다